GHM 통신 268호

(사)글로벌한센미션

양한갑 최영인 선교사

메얀청 선교 보고

    선교의 현장에서 배운 선교의 실행 원칙 세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면 간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면 한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면 된다.] 이번 미얀마 선교도 그 선교의 실행 원칙대로 순종하고 갔습니다. 그 결과 하나님께서 놀라운 역사를 나타내주셨습니다.

◾ 연약함이 곧 강함이 된 선교

     왼쪽 동공에 발생한 과다한 출혈로 미얀마로 떠나는 출국 전까지 시력이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낮에도 많은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있어야 조금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5월 13일, 양곤에서 갖은 리안과 바욱과의 미팅에서 그런 저의 연약함은 숨겨지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메얀청에 도착했을 때, 저는 과분한 섬김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전날 저의 캄캄한 모습을 보았던 리안이 저의 상태를 아이들에게 자세히 전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아이들의 부축을 받게 되었습니다. 괜찮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마치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것처럼 아이들이 제 손을 붙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저의 앞을 살펴주었습니다. 지난 13년 동안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수줍음이 많았던 아이들은 제가 다가가면 자동적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숨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먼저 달려와 저를 붙잡아 주었습니다. 선교센타에서 제빵소 예배당까지의 거리는 약 200m가 됩니다. 예배당으로 갈 때, 저희의 모습은 마치 어미 닭이 새끼병아리들을 데리고 가는 것처럼 똘똘 뭉쳐서 이동했습니다. 저의 연약함은 그렇게 행복한 동행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 예배 가운데 임하신 성령님

    토요일 서울로 돌아가는 일정때문에 수요예배로 모였습니다. 마침 방학 중이라 모든 학생들과 성도들이 예배에 나왔습니다. 예배 가운데 성령님의 임재가 강하게 있었습니다. 찬양과 특송도 은혜스러웠지만, 한 어머니가 앞으로 나아와 대표기도를 했습니다. 메얀청 예배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어머니들의 신앙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이었습니다. 거기에 리안목사가 놀라운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지난 1월부터 성도들이 주일헌금과 십일조를 드리기 시작했고, 현재 헌금 누계가 800,000잣트를 넘었다고 했습니다.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 돈을 움켜잡지 않고, 하나님께 드리는 헌신이 너무도 놀라웠습니다. 말씀을 선포하고, 예수님을 영접할 수 있도록 초청했습니다. 학생들과 많은 어른들이 손을 가슴에 얹고 예수님을 영접하고 저의 초청 기도를 따라서 했습니다. 성령님께서 그들을 하나님의 자녀로 인쳐주시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 사랑의 쌀 나누기

    메얀청 한센정착촌도 물 없는 광야, 양식이 없는 사막과 같은 곳입니다. 메얀청에는 약 420호 집에 3,000명의 한센 가족이 삽니다. 쌀 130포대를 구매해서 각 가정 앞으로 가는 같은 양의 쌀을 420개 만들었습니다. 예배 후에 쌀을 분배했는데 단 한 번의 불평이나 다툼이 없었습니다. 모두들 행복해 했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수십 번 하면서 돌아갔습니다. 그들이 밥을 지어 먹을 때, 그것이 생명의 양식이 되어 하나님을 알게 되는 지혜가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기독교를 향해서 거친 빗장을 걸었던 사람들이 모두 무장해제된 모습들이었습니다. 메얀청 사람들이 그처럼 행복한 얼굴로 우리 앞으로 나온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 마을 지도자와의 만남

    메얀청 동장과 메얀청 14개 구역의 대표들을 점심에 초대했습니다. 미얀마 전통 의상인 론지를 각 대표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들은 메얀청 주민에게 베풀어 준 의료선교, 의약품, 라면, 고구마 파종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깊이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다음 달에는 대형 신신파스를 전 주민들에게 나눠주게 된다고 미리 광고했습니다. 동장은 말로 다 감사를 표현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동장과 각 지역 대표들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했습니다. 선교센타 근처에 공장 부지용 땅을 매입하려고 하는데 땅 주인이 꼼짝하지 않고 있으니 그 주인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동장과 대표들은 자기들이 해결해 줄 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13년 전, 선교센타를 건축하겠다고 했을 때, 다 몰려와서 돌을 던지며 예수쟁이들은 당장 메얀청에서 나가라고 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하나님께서 행하신 기적이었습니다.

◾ 틴 사장의 사업 유치

    틴르윈(Tint Lwin) 사장하고는 5년 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입니다. 미얀마 참깨와 맥주를 한국으로 수출하는 회사 사장입니다. 동시에 공장을 전문적으로 짓는 건축회사 사장입니다. 틴사장에게 메얀청 고구마를 매입해서 녹말(전분)로 만들어 한국에 수출하면 큰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었습니다. 틴사장은 한국에 가서 그 사업의 가능성을 1년 이상 세밀히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메얀청에 고구마 녹말 공장을 짓겠다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 사업안을 구체화 시키기 위해서 이번에 미얀마에 도착한 첫날 틴사장과 미팅했습니다. 틴사장은 한 달 전에 메얀청을 방문해서 매입하고 싶은 부지를 보았는데, 땅 주인이 팔지 않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동장과 대표들에게 틴사장이 원하시는 그 부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주인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입니다. 동장과 대표들이 염려하지 말라고 했는데, 16일 양곤을 떠나기 전에 틴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어제 밤에 땅 주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저에게 그 땅을 팔겠다고 합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적이 또 일어났습니다. 틴사장이 메얀청에 고구마 공장을 설립하게 되면 메얀청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생기고, 틴사장이 고구마를 전량 매입해 주면 수입이 생기게 됩니다. 서로에게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 어린이 돌봄 센타 개원

    선한목자 선교센타는 메얀청 마을 입구에 있습니다. 메얀청의 끝은 코끼리들이 사는 정글에 있습니다. 면적으로 보면 메얀청은 매우 큰 마을입니다. 그래서 선교센타와 정글 사이 중간 마을에 어린이 돌봄 센타를 세워보자고 리안에게 제안했습니다. 메얀청에는 어린이들이 많고, 엄마들은 바쁩니다. 그 틈새를 파고 들어가 꼬마들을 맡아서 키워준다면 많은 엄마들이 기뻐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별히 대부분의 부모들이 불교 신자들입니다. 어린 꼬마들을 일찍부터 그 불교권에서 끌어내어 기독교 교육을 가르칠 수 있다면 후에 큰 복음의 열매를 수확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불교 신자들의 품에서 아이들을 끊어내기 위해서 어린이 돌봄 센타는 무료로 운영하자고 했습니다.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선교센타에 머물고 있는 수수윈이 있습니다. 수수윈을 어린이 돌봄 센타 교사로 임명하고 월급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리안은 매우 기뻐하며 어린이 돌봄 센타가 개원이 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둘러 보겠다고 했습니다.

◾ 귀국 길에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

    선교를 마치고 서울로 귀국하기 위해서 양곤 공항으로 나갔습니다. 양곤에서 서울로 가는 승객이 많지 않아서 미얀마 항공을 타고 태국으로 가서 대한항공으로 환승해서 서울로 가는 일정이었습니다. 미얀마 항공 직원이 태국행 탑승권을 주면서 출국신고서를 작성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출국신고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른쪽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직원에게 왼쪽 눈은 아예 보이지 않고, 오른쪽 눈까지 잘 보이지 않아서 기록할 수 없으니 대신 기록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직원은 친절하게 출국신고서를 대신 작성해 주었습니다. 출국심사대를 통과하고, 검색대를 통과해서 긴 복도를 더듬더듬 지나 탑승 게이트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때 20분 전에 탑승권을 주었던 그 직원이 저를 보고 달려와서 두 장의 종이를 내밀고 사인하라고 했습니다. 보험회사 약관처럼 작은 활자로 빼곡하게 쓰여있어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무엇이고, 왜 사인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열심히 영어로 설명했지만, 그의 미얀마식 영어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가장 심플한 영어를 구사하기 시작했습니다. “Don’t worry. for you, good. good.”이라고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이니 걱정하지 말고 사인만 하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사인했더니, 다른 탑승권으로 바꿔줬습니다. 그때부터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직원이 저를 긴급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입니다.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휠체어를 타고 제가 1번으로 탑승하게 되었습니다. 자리도 제일 먼저 내릴 수 있는 특석에 앉게 했습니다. 태국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기내에서 내렸는데 문 앞에 태국 공항 직원이 제 이름이 쓰여진 팻말을 들고 큰 목소리로 “인천으로 가는 양한갑 고객님을 찾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저라고 했더니 대기해 둔 전기차를 향해서 타라고 했습니다. 태국 공항에서 환승하려면 15분 이상 걸어가야 할 정도 깁니다. 그런데 혼자 전기차를 타고 귀빈처럼 달렸습니다. 두번째 검색대 앞에서 내려주었습니다. 검색을 마치고 나오니, 그 직원이 대기했다가 저를 다시 태우고 서울행 탑승권을 받기 위해서 대한항공 데스크로 데리고 갔습니다. 미얀마 항공 직원이 어디까지 저를 부탁해 놓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직원은 저를 대한항공 탑승 게이트까지 안내해 주고 돌아갔습니다. 탑승 시간이 되었습니다. 대한항공 직원이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1등석 승객보다 먼저 저를 휠체어에 태워서 기내 안으로 안내했습니다. 서울까지 오는 동안 대한항공 기내 직원들이 몇 번이고 와서 “괜찮으십니까? 불편하신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국빈급 환대를 받았던 것입니다. 밤 12시에 태국을 이륙하면서 눈에 안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안대가 젖도록 눈물이 나왔습니다. 한국을 떠나기 전, 새벽 3시에 들려주셨던 하나님의 음성이 다시 생각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깃털이다. 깃털이다. 내가 너를 독수리 날개 위에 실어서 가리라.” 그 말씀대로 돌아오는 길에서 더듬거리지 않도록 양곤에서 서울까지 곳곳에 독수리들을 배치해서 저를 그 날개 위에 앉아서 깃털처럼 날아가게 해주셨습니다.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저에게 하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수고했다! 정말 수고했다!” 소리죽여 펑펑 울면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인천에 도착하니 제 오른쪽의 시력이 갑자기 환하게 회복되어 안내자 없이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선교통신을 제 손으로 작성해서 여러분에게 전송하고 있습니다.

◾ 라오스 선교 일정

    한 주간 휴식하고 5월 29일부터 6월 1일까지 본 선교회 사무총장 송재선장로님과 함께 라오스로 갑니다. 라오스 선교를 위해서도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 감사의 인사

    사람의 생각대로 했다면 이런 눈으로는 결코 미얀마로 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미얀마에 가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선교는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통해서 하시는 그 분의 거룩한 일입니다. 애꾸눈 할아버지 선교사를 본 메얀청 아이들의 가슴에 하나님께서 친히 저를 심히 걱정해주는 마음을 가득 넣어주셨습니다. 그 걱정은 저의 지팡이가 되게 했고, 그 걱정은 기도가 되게 했고, 그 걱정은 사랑이 되게 했고, 그 걱정은 우리를 하나 되게 했습니다. 성도들의 마음을 열어주셨고, 예난타에서 내려온 두 부부의 마음까지 열어서 예수님을 영접하게 했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후, 5월 19일 월요일 아침에 메얀청으로부터 놀라운 소식이 왔습니다. 제가 떠난 후, 주일예배에 많은 사람이 나와서 함께 예배를 드렸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약이나 쌀을 준다고 해서 온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순수하게 예배 앞으로 나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리안은 수요예배 때 제가 전했던 말씀이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고, 나도 예수님을 믿고 싶다고 하면서 주일예배 앞으로 나온 사람들이었다고 했습니다. 교회가 비좁아 교회 밖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예배를 드리는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처음 보는 사진이었습니다. 감동이었습니다.

    믿음은 창문을 닫고 엎드려 주신 말씀을 오랫동안 묵상만 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믿음은 말씀이 떨어지면 고민하지 않고 문을 열고 나아가 적진을 향해서 돌격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많은 문제와 난관이 물려오지만, 주저앉아서 “나는 끝났다. 나는 망했다.”라고 말하지 않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섭리가 있음을 믿고 벌떡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저를 어둠 속에 두셨던 것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하나님의 섭리에 등장하는 그 분의 도구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어둠에 갇혀 있지 말고, 어둠을 뚫고 나아가 위에 서서 위엣것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하늘이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