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들

마 5:1-10

     선교지의 비포장도로를 우당탕탕 달리다가 인천공항에 떨어지면 제 발바닥이 제일 먼저 말하는 첫 마디는, 공항 라무진 버스에 앉아서 잘 포장된 도로를 달릴 때 제 엉덩이가 제일 먼저 말하는 첫 마디는 “참 편안하다.”입니다. 서울에는 맛있는 것도 많고, 좋은 곳도 많습니다. 그런데 지난 35년 동안 선교사로 선교지와 한국을 수없이 오고 갈 때마다 제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평안과 풍요가 넘치는 한국 땅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선교지에서 일어났던 놀라운 일들이 멈춰버린다는 것입니다. 가는 곳곳마다 [선교 보고]라는 이름으로 선교지에서 일어났던 많은 일들을 말하지만, 한국에서는 정작 그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자주 “왜 그럴까?”하는 의문에 고개가 갸우뚱해지고는 했었습니다. 선교와 목회를 ‘기적’이란 시각으로 보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러나 “왜 그럴까?”하는 그 질문은 선교사인 저에게는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좋아지면 비포장도로는 얼마든지 멋진 도로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한센인의 삶은 아니었습니다. 3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가난하고, 여전히 힘들게 살아갑니다. 교회가 세워지고, 예수의 복음이 심어져도 그들의 외형적 변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무변화를 그 나라의 정치 상황과 경제 침체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특별히 고립된 한센 마을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한센인의 고통스러운 삶은 더더욱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교사의 기도가 흔들릴 때도 있었습니다. 축복을 위한 기도를 했는데, 다음 주에 태풍으로 집들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홍수로 애쓰게 경작한 농작물이 썩어버렸습니다. 치유를 위해서 기도했는데, 다음 날 아들이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었습니다. 불쌍한 한센인들을 하나님께서 많이 도와주시기를 원했지만, 한센인들의 어제는, 그들의 오늘은 여전히 깊은 한숨과 아픔 속에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갑니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아픔과 슬픔을 품은 한센인들을 그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특별히 지난주에는 18년 동안 저의 신실한 동역자였던 마릴로 자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소천했습니다. 지난 18년 동안 주일예배 봉사자로. 새벽기도회 기도의 용사로, 심방과 전도 대원으로 늘 동행해주었던 신실한 자매였습니다. 가난한 자매였고 암 환자였지만 늘 웃음이 가득했던 자매였습니다. 필리핀으로 돌아가기 전에 선교사는 그 가족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한센 선교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가야 할지 정해야 합니다. 어디로 가야할까요?

    오늘 본문이 그 방향을 정해주었습니다. 팔복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그 말씀의 구조를 자세히 보면 한가운데 [복]이 있습니다. 그리고 왼쪽에는 우리의 일상의 모습이 고스란히 열거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그들을 위한 주님의 약속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왼쪽을 먼저 봅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하게 하는 자,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가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천국을 받을 자, 위로를 받을 자, 땅을 기업으로 받을 자, 배부를 자, 긍휼히 여김을 받을 자, 하나님을 볼 자,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자, 천국을 유업으로 받을 자가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요? 우리가 바라보고 가야 할 방향은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이었습니다..

    천국을 유업으로 받을 자가 복이 있다고 먼저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배부른 자가 복이 있다고 먼저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가 복이 있다고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위로받는 자가 복이 있다고 먼저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애통하는 자가 복이 있다고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항상 왼쪽이 먼저였습니다. 오른쪽은 그 결과였습니다. 그 복의 결과는 우리가 천국에 갔을 때 받을 수 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어떠하든 그 삶에 대해서 감사하면서 살아가야 그것이 복이 될 것입니다. 팔복에서 말하는 복은 [행복:Happy]이란 단어와 같았습니다.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왼쪽만을 바라보면서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행복은 오른쪽에 있었습니다. 그 오른쪽 축복을 넘치도록 받고 누릴 때 사람들은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복음의 진수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 생각을 바꿔놓는 것이 복음의 진수입니다. 그 욕망의 방향을 바꿔놓는 것이 복음의 진수입니다. 가난해도 “나는 행복합니다,” 애통해도 “나는 행복합니다,” 핍박을 받아도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복음의 능력입니다. 사도 바울은 모든 것을 버린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것이 복음의 진수이고, 그것이 복음의 능력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의 고백입니다.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아 있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라고 했습니다. (고후 6:9-10) 사도 바울의 고백은 심풀했습니다. “내가 무명한 자 같으나 나는 행복힙니다. 내가 죽은 자 같으나 나는 행복합니다. 내가 징계받는 자 같으나 나는 행복합다. 나는 근심하는 자 같으나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가난한 자 같으나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모든 것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할렐루야!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요?

    한센병으로 손가락과 발목이 끊어지고, 시각장애인이 된 분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복음이 들어간다면, 끊어진 손가락과 발가락이, 잃어버린 시력이 다시 돌아오지는 못하겠지만, 그들도 사도 바울과 같은 놀라운 고백을 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예수로 인하여 복을 받은 자가 되었습니다. 천국이 제 것입니다.” 그러므로 선교사는 줄기차게 왼쪽을 향해서 달려가야 합니다. 오른쪽 축복 설교보다 왼쪽에 있는 진정한 복에 관한 말씀을 선포하며 가려고 합니다. 그 일을 위해서 다시 선교지로 돌아갑니다.

    경제적 풍요와 생활의 안정과 평안이 참 행복인 줄 알고 사는 선진국의 크리스천에게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참 행복은 무엇인지, 그 행복으로 가는 길은 어느 쪽에 있는지 분별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 자신을 끊임없이 가난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더 가지려고 하지 말고 더 주려고 해야 합니다. 우리보다 못한 형제와 자매들을 볼 때마다 함께 울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닦아 주시는 애통하는 눈물이 많은 슬픈 크리스천이 되어야 합니다. 매사에 이기려 하지 말고, 먼저 남을 배려하며, 주님을 위한 고난과 박해까지 기꺼이 받아 드리는 “할렐루야!” 크리스천이 되어야 합니다. 그가 복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에게 약속해 주신 복은 [팔복]만이 아닙니다. 80개도 아닙니다. 우리가 받은 복은, 우리가 받을 복은 쉘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