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위하여 울라.

눅 23:27-28

    1989년 10월에 필리핀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해, 1990년 7월 16일에 마닐라로부터 약 250km 떨어진 해발 1500미터 바기오(Baguio)에서 진도 8 강진이 일어났습니다. 호텔을 비롯해 고층 건물들이 갈라진 땅 아래로 줄줄이 떨어졌습니다. 그 강진으로 1,500명이 사망했습니다. 마닐라 집에 있던 가구들도 널을 뛰듯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1991년 6월 9일에는 마닐라에서 약 80km 떨어진 피나투보(Pinatubo) 산에서 화산이 터졌습니다. 화산재가 지상으로부터 30km 상공까지 치솟았습니다. 화산활동은 60일 동안 지속되었고, 900명이 사망했습니다. 34년이 지난 지금도 그 처참했던 모습들이 생생합니다. 당시 필리핀 대통령은 코라손 아키노(Corazon Aquino: 1933-2009)였습니다. 아키노 대통령은 하나님께 회개하자고 하면서 하루 금식 기도를 필리핀 국민에게 요청했습니다. 그 대통령의 간절했던 모습도 생생합니다.

    요즘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담한 일들을 보면서 아키노 대통령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지도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대한민국은 지금 위기 속에 있습니다. 틀어진 사상들이 부딪히고, 이념이 부딪히고, 정치가 부딪치고, 권력이 부딪히고, 힘이 부딪치고 있습니다. 서로를 배려하면서 견딜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균형과 평화는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을 죽이려는 힘이 한쪽으로 기울면 그 끝은 분열과 전쟁이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은 당시의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보셨을까요? 마태복음 17:17절에서 예수님은 당시의 세상을 “믿음이 없고, 패역한 세대”라고 하셨습니다. 믿음이 없는 세대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세대,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대, 하나님을 거부하는 세대를 가리킵니다. 패역(perverse)한 세대란 비뚤어진 세대, 비정상적인 세대, 배반의 세대, 사악한 세대를 가리킵니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고, 해석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언급하셨던 “패역한 세대”는 아비를 버린 패륜아와 같은 세대였습니다. 선지자 이사야는 그 패역한 세대 혹은 패륜아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늘이여, 들으라. 땅이여, 귀를 기울이라. 여호와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자식을 양육하였거늘 그들이 나를 거역하였도다. 소는 그 임자를 알고, 나귀는 그 주인의 구유를 알건마는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도다. 슬프다 범죄한 나라요, 허물 진 백성이요, 행악의 종자요, 행위가 부패한 자식이로다. 그들이 여호와를 버리며,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를 만홀히 여겨 멀리하고 물러갔도다. 너희가 어찌하여 매를 더 맞으려고 패역을 거듭하느냐?” (사1:2-5)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도 같습니다. 온 세상이 범죄한 나라가 되었고, 온 백성이 부패하고 패역한 자들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그 패역한 세대를 어떻게 하셨습니까? 예수님께서 그 패역한 세력들을 처단하기 위해서 제자들을 앞세우고, 군중을 선동해서 앞으로 나아가셨습니까? 아니었습니다. 반대였습니다. 예수님은 패역한 자들에게 당신의 목숨을 내어주셨습니다. 믿음이 없는 세대 앞에, 패역한 세대 앞에 당신의 몸을 희생양으로 내어주셨습니다. 광란의 도시, 예루살렘을 보시고 울기까지 하셨습니다. 누가복음 19:41-44절입니다. “가까이 오사 성을 보시고 우시며 이르시되 너도 오늘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라면 좋을 뻔하였거니와 지금 네 눈에 숨겨졌도다. 날이 이를지라. 네 원수들이 토둔을 쌓고, 너를 둘러 사면으로 가두고, 또 너와 및 그 가운데 있는 네 자식들을 땅에 메어치며, 돌 하나도 돌 위에 남기지 아니하리니 이는 네가 보살핌 받는 날을 알지 못함을 인함이니라.” 예수님은 자신에게 닥친 당시 세대보다 앞으로 제자들에게 닥칠 세대를 더 염려하셨던 것입니다. “난리와 전쟁 소문을 듣게 될 것이다.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게 될 것이다. 곳곳에 큰 지진과 기근과 전염병이 있으리라. 그때에 그리스도인들이 박해를 받고, 감옥에 갇히고, 임금들과 집권자들에게 넘겨질 것이다.” (눅 21:9-12) 그 예언대로 후에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환난 가운데 순교했습니다. 그것을 아셨기에 예수님은 당신을 보고 가슴을 치며 우는 여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 (눅23:28) 참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말씀이었습니다.

    2000년 전이나,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속의 세상은 항상 시끄럽습니다. 예수님이 예언하신 말씀들은 모두 성취될 것입니다. 그래서 두렵습니다. 지진이 두렵고, 기근이 두렵고, 전쟁이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감옥에 갇히고, 집권자들의 손에 넘겨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환난의 시대에, 패역한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이 구주이심을 부인하고, 믿음을 저버리고 하나님을 떠나는 세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의 어깨에 들린 십자가의 무게보다, 앞으로 제자들이 감당하게 될 십자가의 무게를 더 가슴 아프게 느끼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지금보다 더 패역한 세대를 맞이하게 될 다음 세대를 위하여 울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2000년 전 예루살렘 사람들은 예수님을 [유대인의 왕]으로 추대해서 짓밟힌 세상을 뒤집어 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정치적 일을 위해서 이 땅에 오신 분이 아니셨습니다. 그러므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베들레헴으로 임했던 그 기쁜 소식에 주목해야 합니다.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눅2:11) 성탄의 첫 번째 메시지는 예수님은 ‘유대인의 왕’으로 오신 것이 아니라, ‘구세주’로, ‘그리스도’로 오셨다고 분명히 선포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환란의 시대를 만났을 때마다 그들을 죽이려고 했던 패역한 세대를 향해서 담대히 그 복음을 외쳤던 것입니다.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다.” 앞으로의 세상은 지금보다 더 어두워질 것입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지금보다 더 패역한 세대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가슴이 더욱 먹먹해집니다. 지금도 이렇게 어려운데 다가오는 세대에 사는 우리 자녀들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 싶습니다. 그러므로 자녀들이 그 패역한 세대에서 하나님을 저버리는 [패륜아]가 되지 않도록, 끝까지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는 자녀들이 되도록 그들의 믿음 생활을 위해서 가슴을 치며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