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필요하십니까?

막 11:1-7

    예수님께서 여리고를 떠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습니다.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맞은편 마을로 가면 아직 아무도 타 보지 않은 나귀 새끼가 매여 있을 것이다. 그 나귀를 풀어서 끌고 오너라. 주인이 왜 이러느냐고 묻거든 주가 쓰시겠다 하라. 그러면 그가 즉시 그의 나귀를 너희에게 내어줄 것이다.” 그 말씀대로 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입성하셨던 이유에 대해서 성경은 예언된 말씀을 이루게 하심이었다고 했습니다. “시온의 딸아, 두려워하지 말라. 너의 왕이 나귀 새끼를 타고 오신다.” (슥9:9)

    저는 오늘, 그 예언의 성취와 예수님의 마지막 행적을 묵상하는 대신에, 벳바게와 베다니 언저리에 살았던 한 나귀의 주인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모세의 십계명 중 열 번째 계명은 이러했습니다.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찌니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찌니라.”했습니다. (출20:17) 그 계명 안에 ‘나귀’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그 계명을 범한 분이 되셨습니까? 예수님은 율법의 파괴자가 아니라 완성자이셨습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들을 없애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케 하려고 왔노라.” (마5:17) 그러므로 이 문제를 논쟁 없이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귀의 주인입니다. 오늘 본문 안에는 자세한 대화가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이렇게 펼쳐서 볼 수 있습니다.

    제자들이 한 나귀의 목줄을 풀 때 주인이 나와서 “당신들이 누군데 내 나귀를 도적질하려고 합니까?” 그때 제자들이 말했습니다. “주께서 쓰시겠다고 하십니다.” 그러자 그 주인은 주저함 없이 자신의 나귀를 내어주었습니다. 제자들이 나귀를 끌고 가다가 참으로 이상하여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그때 나귀 주인이 말했습니다. “만군의 여호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은도 내 것이요, 금도 내 것이니라. (학2:8) 그러므로 주께서 쓰시겠다고 하시면 이제부터 이 나귀는 제 것이 아니라 주님의 것입니다.” 나귀 주인의 그 믿음 때문에 예수님은 남의 나귀를 훔치는 죄를 짓지 않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제 2024년이 역사의 책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필리핀 선교지, 미얀마 선교지 모두 불법자들의 광란으로 참담하게 짓밟히고, 엉키고, 뒤틀어졌던 2024년이었습니다. 러시아로부터, 팔레스틴으로부터, 북한으로부터 들려왔던 혼란스러운 소식들도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습니다. 급기야 한국에서는 [비상계엄]이란 원자탄이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무안국제공항에서는 제주항공의 추락 사고까지 터졌습니다. 2024년의 마지막 날까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연달아 폭발하면서 우리는 지금 절망과 허망 속에서 낙심하고 울부짖고 있습니다. 몇 번이고 중얼거렸습니다. “도대체 세상이 왜 이럴까?” 이 위기의 시대와 분열의 시대에서 에스더가 생각났습니다.

    페르시아 제국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고레스 황제가 직위하고 제일 먼저 했던 일은 포로로 잡혀 왔던 유대인들이 원하면 그들의 본토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유대인이 예루살렘으로 귀환했지만, 반면 많은 유대인들이 귀환을 포기하고 페르시아 제국에 남기로 했습니다. 그 남은 자들 가운데 모르드개와 에스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에스더는 아하수에로 왕의 왕비가 되었습니다.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총리 하만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만은 페르시아에 있는 모든 유대인을 한꺼번에 학살할 수 있는 음모를 세웠습니다. 유대인 공동체에 최대의 위기가 닥쳤습니다. 그때 왕후 에스더가 유대인을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습니다. “죽으면 죽으리이다.” (에 4:16) 에스더의 굳은 믿음과 헌신이 하만의 음모로부터 수많은 유대인의 생명을 지켜냈습니다. 인간의 역사는 항상 그랬습니다. 불법의 용들이 일어나 세상을 휘감을 때, 그 용들을 때려 잡는 영웅들이 있었습니다. 

    베다니 나귀 주인의 순종과 에스더의 헌신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의 소유물을 내어주고,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어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이 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서 흔들며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호했지만, 예수님은 헤롯의 왕궁이 아니라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셨습니다.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는 예수님의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우셨겠습니까? 우리는 지금 2025년이란 성으로 입성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2025년은 그 끔찍했던 2024년보다 더 불법이 판을 치는 한 해가 될지도 모릅니다. 2025년은 2024년보다 세상의 끝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어느 해보다 더 비장한 각오를 갖고 2025년도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오늘 본문을 다시 봅니다. 골고다를 향한 고난의 길로 가실 때 주님은 베나니에 사는 한 제자에게 부탁하셨습니다. “네 나귀가 필요하구나.” 그래서 2025년 새해 아침에 두 무릎을 가지런히 꿇습니다. 그리고 깊은숨을 내쉬고 주님께 말하겠습니다. “주님, 제가 필요하십니까? 필리핀 선교를 위해서, 미얀마 선교를 위해서, 라오스 선교를 위해서 이 무익한 종이 다시 필요하십니까? 필요하시면, 저를 꺾어서 쓰십시오. 저를 두들겨서 쓰십시오. 저를 고쳐서 쓰십시오, 제 목줄을 풀어서 쓰십시오. 주님께서 정하신 일을 위해서라면 제가 죽으면 죽으리이다.” 한 해를 묻고, 새해를 받는 이 시간이 그 어느 해보다 무겁지만, 어려움에 부닥친 대한민국과 절망하고 있는 대한 국민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한국 교회와 모든 선교사님들을 생각하면서 이 찬송을 부르면서 주님이 주신 십자가를 지고 2025년 앞으로 나아갑니다.

찬송 543장

어려운 일 당할 때 나의 믿음 적으나 의지하는 내 주를 더욱 의지합니다.

밝을 때에 노래며 어둘 때에 기도와 위태할 때 도움을 주께 간구합니다.

세월 지나 갈수록 의지할 것 뿐일세. 아무 일을 만나도 예수 의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