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도할 때입니다.

행 16:25

     라오스에서 환전을 했습니다. 미화 300불을 건넸는데, 라오스 지폐로 650만 킵(Kip)을 받았습니다. 나는 단지 미화 3장을 줬는데, 내 손에 돌아온 라오스 지폐는 한 움큼이었습니다. 첫 번째 느낌은 “이 나라 정말 심각하구나!”였습니다. 서울로 돌아가는 비엔티안 공항에는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여기가 한국인가 싶었습니다. 급기야 탑승 전에 게이트 앞에서 술 취한 한국 사람들끼리 추한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더러운 욕설들이 공항 벽, 천장, 바닥에 총알처럼 박혔습니다. “정말 심각하구나!”했습니다. 심각한 것이 어찌 그것들뿐이겠습니까? 지금 우리 앞에 있는 한국 정치도 심각하고, 사업도 심각하고, 사회도 심각하고, 교회도 심각하고, 가정도 심각합니다.

    ‘심각한 상태’는 무엇을 말합니까? 정상적인 범위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뜻입니다. 위기 상황이란 뜻입니다. 중대 사태라는 뜻입니다. 그처럼 심각한 상태가 되면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취합니까? 소극적인 사람은 그 심각한 상황을 외면하거나 그것을 숨깁니다. 적극적인 사람은 돌발 행동을 합니다. 극단적인 사람은 심각한 상태 그 자체를 폭파시켜 버립니다. 크리스천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본문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합니다.

    사도 바울이 빌립보에서 신들린 한 여종을 고쳐주었습니다. 그 여종은 영험한 점쟁이로 그의 주인에게 상당한 수입을 올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귀신이 떠나자 맹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수입이 끊어진 것을 알게 된 주인이 바울과 실라를 고발했습니다. 빌립보는 불법의 도시였습니다. 행정관들은 외지에서 온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만 가지고 바울과 실라의 옷을 벗기고, 심히 매질해서 감방에 가둬버렸습니다. 그들의 발에 차꼬까지 채웠습니다. 그처럼 빌립보는 불법이 판치는 ‘심각한’ 범죄 도시였습니다.

    바울은 그 심각했던 도시를 어떻게 받아드렸습니까? 함께 보시겠습니다. 빌립보는 로마의 영토였습니다. 바울은 유대인이었지만 동시에 로마 시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불법적인 체포와 매질과 감금에 대해서 얼마든지 항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 권리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바울이 로마 시민권을 제시했던 때는 그가 석방된 이후였습니다. (행16:37) 로마 시민권을 가지고 자신의 억울함을 푸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불법의 도시 빌립보를 위한 기도였습니다. 로마 제국을 위한 기도였습니다.

    사실 빌립보에서 당한 봉변이 바울에게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제1차 전도여행 중 루스드라를 방문했을 때 바울이 한 앉은뱅이를 고쳐주었습니다. 그 기적을 직접 목격했던 루스드라 사람들은 바울과 바나바를 신(神)으로 추앙하려고 했습니다. 그때 비시디아 안디옥과 이고니온으로부터 유대인들이 내려와 돌로 바울을 쳐서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들은 바울이 죽은 줄로 알고 그를 성 밖으로 내던져버렸습니다. 그 똑같은 일이 빌립보에서도 일어났던 것입니다. 이번에도 바울의 대응은 같았습니다. 바울은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것보다 복음을 거절하는 사악한 세상을 더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기도했습니다. 그의 철야 기도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억울함을 신원해 달라고 하나님께 간청했던 기도가 아니었습니다. 바울의 기도는 찬양과 함께 드려졌습니다. (행16:25) 심각했던 상황 속에서 어떻게 노래를 할 수 있었을까요?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들이 너무도 놀라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루스드라 성에서 죽을 만큼 돌에 맞았을 때, 그곳에서 바울이 만났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후에 믿음의 아들이 된 디모데였습니다. 그리고 빌립보에서 다시 죽을 만큼 매를 맞고 지하 감방에 갇혔을 때도 바울이 만났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자색 옷감 장사 루디아 자매였습니다. 사람의 눈에는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님은 실패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것이 고통 중에서도 바울이 밤새 하나님께 감사하며 찬송을 드렸던 이유였습니다.

    말씀을 마무리합니다. 요즘 우리 주변이 너무 심각해져 있습니다. 우리에게 더 심각한 위기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까요? 우리에게 가장 심각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일 먼저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울은 자신의 발목에 채워진 차꼬를 보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심각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자신보다 불법을 행하는 빌립보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밤새 빌립보를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선교사의 건강이 어찌 되든, 선교사의 안전이 어찌 되든 그것은 두 번째 일입니다. 선교지 필리핀을 위해서, 선교지 미얀마를 위해서, 선교지 라오스를 위해서 밤새 기도하는 일이 가장 먼저이고, 가장 심각한 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처럼 바울이 빌립보를 위해서 기도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났습니까? 갑자기 큰 지진이 나서 감옥 터가 움직이고, 옥문들이 열리고, 모든 사람의 매인 것들이 다 벗어졌습니다. (행16:26) 그것은 단순히 기적이 일어나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유럽을 바울의 손에 넘겨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사인이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더욱 담대히 예수의 복음을 빌립보에서 외쳤습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행16:31)

    사랑하는 여러분, 정말 심각한 상황인데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큰 병에 걸린 것이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 큰 병에 걸렸는데도 기도하지 않는 것이 더 심각한 위기입니다. 사업 파산이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 파산한다고 하는데도 기도하지 않는 것이 더 심각한 위기입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사도 바울이 꺼냈던 최선책은 로마 시민권을 높이 들고 법정으로 달려갔던 것이 아니라, 곧바로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위기를 만났을 때, 기도하면 땅이 깨지고, 기도하면 문이 열리고, 기도하면 매인 것이 풀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입니다. 지금은 기도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