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샘
오직 예수 (눅 17:11-14)
날 짜 : 2025.02.26
- 양한갑
- 25.02.26
- 79
오직 예수
눅17:11-14
필리핀 사람들에게서 받는 감동 중 하나는 가족을 향한 그들의 애틋한 사랑과 헌신입니다. 심방 중에 제프리(Jeffrey, 72세)씨를 만났습니다. 그의 아내는 딸라교회에 오랜 성도였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암과 투병하고 몇 개월 전에 소천했습니다. 지금은 아내가 앉았던 그 예배의 자리를 그의 남편 제프리씨가 지켜주고 있습니다. 아내가 살아있을 때 남편은 교회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가슴 먹먹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프리씨는 38년 동안 군 생활을 하고 퇴역한 장교였습니다. 퇴직 연금으로 월 45,000페소(공립학교 교사 월급 25,000페소)를 받고 있었는데, 쌓여가는 아내의 수술비와 치료비를 갚기 위해서 그의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아 지불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죽었고, 제프리는 빈털터리가 되었습니다. 제가 만났을 때, 제프리씨는 심장병으로 숨을 편히 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침대 옆에는 산소통이 하나 있었는데, 산소통 꼭지에는 거미줄이 두껍게 처져 있었습니다. 산소를 충전할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내를 위해서 내 퇴직금을 다 쓴 것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습니다. 천국에서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 그녀가 다녔던 교회에 열심히 나아갈 생각입니다.” 아내의 아픔과 죽음을 통해서 남편은 하나님 앞으로 나아오는 신실한 신자가 되었습니다.
한국의 가족 이야기로 바꿔보겠습니다. 총명한 자매가 있었습니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3년 만에 조기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법학을 공부하고, 캘리포니아 주(州) 검사가 되었고, 국제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결혼했지만 5년 만에 이혼했고, 몇 년 후에 재혼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갑상선 암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버클리대학에 다녔던 맏아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입원한 지 19일 만에 죽었습니다. 재혼해서 낳은 딸은 특수 자폐아가 되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 목 놓아 부르짖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기적으로 자폐아 딸이 완치되면서 그녀는 하나님을 깊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학을 하고, 2009년에 목사가 되었습니다. 선교사로 헌신해서 미국, 아프리카, 남미, 중국을 돌면서 마약과 술에 중독된 청소년들을 위한 사역을 했습니다. 그런데 큰 아픔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2011년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2012년(53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한 여인의 일생이 너무도 아팠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이민아입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한국의 저명한 문학평론가, 언론인, 대학교수, 국문학자, 문화부 장관이었던 이어령 교수였습니다. 그녀의 첫 번째 남편은 후에 국회의원과 문화관광부 장관까지 했던 김한길씨였습니다. 딸은 아빠에게 눈물로 전도했고, 결국 이어령교수는 그의 나이 70살 때 예수님을 영접하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아빠는 고통받는 딸의 아픔을 함께 나눠 지지 못해 늘 마음 아파했습니다. 결국 딸을 먼저 보낸 아빠는 사랑하는 딸을 그리워하며 이 시를 남겼습니다.
살아있는 게 정말 미안하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네가 혼자 긴 겨울밤을 그리도 아파하는데
나는 코를 골며 잤나보다
내 살 내 뼈를 나눠준 몸이라 하지만
어떻게 하나 허파에 물이 차 답답하다는데
한 호흡의 입김도 널 위해 나눠줄 수 없으니
네가 울 떄 나는 웃고 있었나보다
아니지 널 위해 함께 눈물 흘려도
저 유리창에 흐르는 빗방울과 무엇이 다르랴
네가 금 간 천장을 보고 있을 때
나는 바깥세상 그 많은 색깔들을 보고 있구나
민아야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가 살아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 것이
미안하다 민아야
너무 미안하다.
부녀의 애틋한 사랑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보았습니다. 고통 가운데 딸이 아빠에게 간절히 전하고 싶었던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었습니다. 먼저 간 딸에게 아빠가 간절히 전하고 싶었던 것도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족 안에 있는 아픔은 모두 사랑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그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독거노인들도 점점 많아지고, 병상에서 투병하는 환자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맛있는 반찬이 아니라, 그들이 편히 기댈 수 있는 사랑의 어깨일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로 마치려고 합니다. 한센병은 무서운 병입니다. 그래서 한센병에 걸리면 사람들은 한센인들을 가족과 마을로부터 잔인하게 뜯어냈습니다. 그 한센인들은 깊은 산속으로 쫓겨나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살았습니다. 한 산속에서 유대인 한센인들과 사마리아 한센인이 함께 살았습니다. 그들은 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을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서로를 뜯어내는 아픔을 한센인들끼리 다시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곳에 예수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실 때에 사마리아와 갈릴리 사이로 지나가시다가 한 마을에 들어가시니 나병환자 열 명이 예수를 만나 멀리 서서 소리를 높여 이르되 예수 선생님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거늘 보시고 이르시되 가서 제사장들에게 너희 몸을 보이라 하셨더니 그들이 가다가 깨끗함을 받은지라.” (눅17:11-14) 한센병 환자들이 거주했던 곳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저주받은 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친히 그들의 거처로 들어가셔서 그곳에 있던 [저주]를 뜯어내시고, [구원의 울타리]를 만들어주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사마리아인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예수님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을 붙잡기 위해서 달려오는 그를 내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한 사마리아인에게 주셨던 한센병은 하나님의 은혜가 되었고, 기적이 되었고, 사랑이 되었고, 구원이 되었습니다.
파산, 암, 한센병. 그 모든 것들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부숴버립니다. 그리고 절망, 좌절, 포기, 분노를 그들 앞으로 가득 밀어 넣고 차갑게 등을 돌립니다. 저는 보았습니다. 그 깊은 절망과 좌절과 포기와 분노로부터 그들을 일어서게 하는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그것은 [예수의 복음]이었습니다. 제프리씨가 마지막에 붙잡았던 것, 이민아자매가 마지막에 붙잡았던 것, 이어령교수가 마지막에 붙잡았던 것, 사마리아 한센인이 마지막에 붙잡았던 것, 그것은 [예수]였습니다. 글로벌한센미션이 필리핀, 미얀마, 라오스에 있는 한센인들을 찾아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의 벽을 뜯어내고, 그곳에 사랑의 울타리, 복음의 울타리, 구원의 울타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우리는 오늘도 그들을 찾아갑니다. 고통은 여전히 아프지만, 그 아픔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고, 그 만남을 통해서 영생과 영광을 얻게 된다는 것을 복음을 통해서 그들도 믿고 기뻐할 것입니다. “생각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 (롬8:18) 오직 예수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