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순절

마 16:13-28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이스라엘 최북단에 있는 가이샤랴 빌립보로 가셨습니다. 그곳에는 여러 신들의 신당들이 즐비하게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처하고 있는 상황이 그와 같습니다. 우리 주변으로 많은 신들이 있습니다.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무속인들의 신들만이 아닙니다. 물질이 신이 되고, 유명 연예인이 신이 되고, 성공이 신이 되고, 지식이 신이 되고, 과학이 신이 되고, 자식이 신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신들의 요람, 가이샤랴 빌립보로 데리고 가셨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가이샤랴 빌리보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물으셨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 하더냐?” 제자들이 대답했습니다. “더러는 세례요한이라고 하고, 더러는 엘리야라고 하고, 더러는 예레미야라고 하고, 더러는 여러 선지자들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제자들이 전했던 그 말들의 공통점은 예수님은 비범한 사람임에 틀림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사용했던 “더러는, 더러는”이란 말은 그들이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는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향해 돌직구 질문을 하셨습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베드로 대답했습니다. “주는 그리스도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바요나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 그것을 알게 하신 분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 베드로가 똑똑해서 알게 된 것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시며,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셨다고 하셨습니다. ‘아는 것’과 ‘알게 하신 것’은 하늘과 땅처럼 다릅니다. 진리를 알게 하신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귀한 선물을 받았던 베드로를 칭찬해 주셨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세 무대가 있습니다. 두 번째 무대로 가 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화제를 바꾸셨습니다. 예수님 자신이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제 삼일에 다시 살아나실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부활이란 말은 잊고, 고난과 죽임이란 단어에만 집중하고 발끈했습니다. “주님께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 조금 전에 하셨던 칭찬이 무색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베드로에게 “사탄”이라고 말씀하시기 바로 전에, 예수님은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마16:18) 그러므로 ‘교회의 수장’이 한순간에 ‘사탄’이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베드로와 같은 크리스천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도 차고 넘친다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존경을 받던 리더들이 하루아침에 사탄이 되어 교단을 쪼개고, 교회를 쪼개고, 성도들을 쪼개고, 나라를 쪼개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그들은 주님을 위해서 일한다고 말하지만, 주님을 넘어지게 하는 자들입니다. (마16:23) 하나님의 일과 사람의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베드로처럼 설치는 자들입니다.

    이제 마지막 세 번째 무대로 가보겠습니다. 오늘 본문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세 번째 무대에서는 심각했던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예수님의 해법이 등장합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 (마16:24-25) 이 말씀 속에는 왜 예수님이 제자들을 가이샤랴 빌립보로 데리고 가셨는지 그 이유가 분명히 담겨져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가이샤랴 빌립보는 [영적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 곳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복음의 핵심을 가르쳐주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과 부활 그리고 재림에 관한 말씀을 한꺼번에 묶어서 주셨습니다. 그것은 예수님 앞에 고난과 죽음이 있다는 말씀뿐만이 아니라, 제자들 앞에도 혼란의 시대, 배신의 시대, 배반의 시대, 광란의 시대, 순교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하셨던 것입니다. 그런 환난이 오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각자에게 주신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그것이 혼란의 시대를 이겨내는 답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3월 5일. 오늘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 날, 재(ash)의 수요일입니다. 사순절은 부활절 전까지 40일 동안 세속의 세계에 빠져있던 우리의 생각과 몸을 꺼내서 예수의 보혈로 정결케 씻고, 부활절에 성결한 주님의 신부로 설 수 있도록 우리의 몸과 마음을 곱게 단장하는 절기입니다. 우리는 오늘 본문을 통해서 베드로의 일어섬과 넘어짐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넘어짐이 없어야 합니다. 베드로를 통해서 배웠기 때문입니다. 사순절 기간 동안에 우리가 해야 할 일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의 신앙고백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나에게 누구이신가? 자신의 언어로 진솔하게 고백해야 합니다. 둘째는 사탄이 우리를 넘어트리지 못하도록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고 당당히 싸워야 합니다. 셋째는 하나님께서 주신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갈보리를 향해서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 앞으로 나아오는 이들에게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인자가 아버지의 영광으로 그 천사들과 함께 오리니

그 때에 각 사람이 행한 대로 갚으리라.

(마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