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 죽으나

롬 14:8

     “안 됩니다. 못 들어갑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 앞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접근이 금지되고, 출입이 제한된 곳에서 허가받지 않은 사람은 거부됩니다. 어느 사회든지 출입증이 없으면 통과할 수 없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거부가 보안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은 과감히 개혁되어야 합니다. 고대 유대 사회에는 그런 인간 차별이 율법 아래에서 보편적으로 행해졌습니다. 예수님 당시에 세리, 창기, 과부, 고아, 장애인, 이방인, 사마리아인은 버려도 되는 물건처럼, 짓밟아도 되는 낙엽처럼,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 대상처럼 인권이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유대인들이 그들을 ‘흠 있는 자, 부정한 자’로 정죄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예루살렘 성전 출입에서도 철저히 배제되었습니다.

    예수님은 그 유대주의적 편견과 정죄를 잘못이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들도 하나님의 자녀라고 선포하셨습니다. 그 선포는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 소식은 동방의 박사들과 베들레헴의 목자들에게 제일 먼저 전해졌습니다. 동방의 박사들은 왕 같은 고귀한 사람들이었고, 목자들은 가장 낮은 신분에 속한 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탈무드는 유대 사회에서 가장 천한 직업 세 가지를 언급했습니다. 목동, 세금 징수원, 세리였습니다. 그들이 성전 세를 내고 싶다고 해도 그들의 돈은 받지 않았습니다. 목동들의 신발에는 항상 더러운 짐승의 똥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들이 설령 물로 신발을 씻는다고 할지라도 그들 안에 있는 부정함은 씻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처럼 유대 사회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던 목동들에게 만왕의 왕 예수님의 탄생 소식이 제일 먼저 전해졌다는 것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목동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간음하다 잡혀 온 여인은 마땅히 율법에 따라 죽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녀에게 물으셨습니다. “너를 고발했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했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그녀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고 말했습니다. “주여, 아무도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라.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하셨습니다. (요8:10-11) 도저히 허락될 수 없는 죄인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났습니다. 대중에게 따돌림을 받았던 삭개오에게도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라고 선포하셨습니다. (눅19:9) 개 취급을 받았던 가나안 여인에게도 기적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마15:28) 사마리아 여인에게 영원한 생수와 참 예배를 선물해 주시기 위해서 높은 경계선을 넘어 친히 사마리아로 들어가셨던 주님이셨습니다. (요4:14) 열 명의 한센병 환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가서 제사장들에게 너희 몸을 보이라 하셨더니 그들이 가다가 깨끗함을 받은지라.” (눅17:14) 예수님께서 제사장에게 가라고 하셨던 것은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던 저주의 저지선을 친히 끊어주셨다는 선언이셨습니다. 예수님은 그처럼 접근이 허락되지 않았던 사람들을 모두 불러내어 품어주셨습니다.

    베드로가 기도할 때 그의 앞에 한 환상이 펼쳐졌습니다. 하늘에서 각종 짐승들이 담긴 큰 보자기가 내려왔습니다. 하늘로부터 그 짐승들을 잡아먹으라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그 짐승들은 율법으로 식용이 금지된 부정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베드로는 정결치 못한 것을 먹을 수 없다고 거부했습니다. 그때 하늘의 소리가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 (행10:15) 베드로는 부활의 증인이 된 사도가 되었지만, 여전히 유대주의적 생각과 관습이 그를 꽁꽁 묶고 있었습니다. 초대교회 안에는 베드로처럼 예수님을 믿으면서도 율법에 따라서 할례와 절기를 또한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는 그룹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가리켜 유다이저(Judaizer)들이라고 했습니다. 가는 곳곳마다 사도 바울을 가장 힘들게 했던 사람들이 바로 그 유다이저(Judaizer)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크리스천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그들은 복음을 가로막았던 자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있던 그 고착된 유다이저 생각을 깨트리시고, 그가 멀리 밀어냈던 이방인 고넬료를 품게 했던 것입니다.

    그처럼 예수님은 실족한 사람들, 배제된 사람들, 허락받지 못한 사람들을 친히 품어주셨고, 제자들도 주님처럼 그들을 품게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미얀마 O난O 한센정착촌을 보고 있습니다. ‘정착촌’이란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는 [출입금지] 구역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그곳으로 가는 길이 지금은 아예 막혀있습니다.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도록 군부가 그들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울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마치 그들은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 와 광장에서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는 여인과 같습니다. 그 여인의 주변에는 돌을 들고 선 광란의 무리가 있었는데, 지금 O난O 한센인들이 그런 폭군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장벽도 열고 들어가실 것입니다. 들어가 사마리아 여인에게 생수를 주셨듯이, 인파를 헤치고 들어가 삭개오에게 구원을 주셨듯이, 한센인에게 치유와 성전을 주셨듯이, 간은한 여인에게 용서를 주셨듯이 O난O 한센인에게도 은혜와 구원을 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문제가 해결된 기적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가지고 계시는 마지막 목적입니다. 유대 사회에서 철저히 외면을 당했던 그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하나님의 자녀로 인정받고, 치유함을 받고, 용서를 받고, 구원 받은 것으로 끝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배척했던 사회로 그들을 다시 돌려보내 구원의 복음을 선포하며 살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사마리아 여인입니다.

    저희는 지금 O난O 한센인들을 위한 급식과 약품과 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물질로 돕는 선교(Mercy mission)가 아닙니다. O난O로 들어가는 길이 열리고, 한센인들에게 양식과 물품이 성공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기적이 아닙니다.  O난O 한센인들이 철의 장벽을 꿇고 들어가는 저희들을 보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마하나임(하나님의 군대)을 보내주셨다.”라고 외치며, 하나님께 모든 감사와 찬양을 올릴 수 있다면 그것이 기적이 될 것입니다. 무너진 잔해더미에서 꽃이 피듯이, 폭탄으로 찢어진 O난O에서 하나님께서 반드시 당신의 택하신 종들이, 주님이 부르신 제자들이 일어나도록 이끌어 주실 것을 믿습니다. 그 때가 되면, 그 택한 자들이 예수의 증인으로 일어나 무너진 잔해 속에서 여호와의 나팔이 되어 하나님께서 행하셨던 일들을 증거하며, 구원의 복음을 선포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세상으로 올라와 이렇게 외쳐주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

롬 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