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흔들림 없이

행 16:22-26

    우리의 하루가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고 또 도는 것처럼 보입니다. 매일 같은 밥을 먹고, 매일 같은 약을 먹고, 매일 같은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은 오늘과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하루하루는 결코 같지 않습니다. 2025년 6월 9일은 우리 일생에 한 번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너무도 소중한 날들입니다. 사도 바울의 하루하루는 어떤 하루였을까요? 그가 가는 곳곳마다 배척과 환난이 반복되었습니다. 바울은 그런 하루하루를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오늘 본문을 봅니다. 바울은 유럽의 첫 성 빌립보에 도착하자마자 모진 핍박을 받았습니다. 환영치고는 너무도 고약한 환영이었습니다. 죽을 만큼 매를 맞고 지하 감옥에 감금되었습니다. 그러나 바울과 실라는 밤새 기도했고, 밤새 찬송했습니다. 그 지점에서 “혹시?”라는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그들이 밤새 기도하고 찬양했던 이유가 혹시 그 밤이 그들에게 마지막 밤이 될 수 있다고 그들이 생각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후에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형제들아, 우리가 아시아에서 당한 환난을 너희가 알지 못하기를 원치 아니하노니 힘에 지나도록 심한 고생을 받아 살 소망까지 끊어지고, 우리 마음에 사형 선고를 받은 줄 알았도다.” (고후1:8-9) 바울이 겪었던 그 고난과 고통을 우리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바울이 언급했던 “살 소망까지 끊어지고, 사형 선고를 받은 줄로 알았다.”는 말 속에 바울의 하루하루가 어떠한 하루였었는지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사형 선고’란 말에 바울의 하루하루는 그에게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는 날들이었습니다. 그랬기에 빌립보 감옥에서의 밤이 그에게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되었다면 바울로서는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어디에서 주님을 만나느냐가 중요합니다.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무슨 일을 하다가 주님을 만나느냐가 중요합니다. 부끄럽지 않은 곳에 있다가, 부끄럽지 않은 일을 하다가 주님을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라오스 선교에서 도전받았던 말씀이 오늘 본문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바울의 발목에 차꼬를 채우듯이 제 발목에도 [라오스]라는 차꼬를 채워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송재선장로님도 한쪽 눈을 수술하셔서 해외여행이 힘든 상태였습니다. 저는 미얀마에 있을 때보다 눈이 더 어두워져 비엔티안 거리를 걸으면서 몇 번이고 넘어질 뻔했고, 그때마다 장로님께서 옆에서 붙잡아주셨습니다. 시야가 침침해진 두 노인이 그렇게 서로를 부축하면서 다닐 때 인간적인 연약함이 올라왔습니다. “하나님, 정말 라오스까지 해야 합니까?” 인간적으로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라오스에서 발을 빼고 싶었습니다. 사도 바울도 처음에는 마게도냐(유럽) 선교를 받아들이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성령의 강권하심으로 배를 타고 마게도냐 땅으로 들어갔는데, 그 첫 성에서 그처럼 죽을 만큼 매를 맞고, 차꼬에 묶인 채 지하 감옥에 던져졌던 것입니다. 그의 발목을 차꼬로 묶으셨던 것은 유럽 선교를 포기하고 도망갈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들이 드린 ‘기도’와 ‘찬양’이란 단어가 저에게는 “몸부림”과 “순종”으로 다가왔습니다. 쉽지 않을 유럽 선교를 위해서 밤새 몸부림치며 기도했고, 결국 하나님의 뜻임을 깨닫고 찬양으로 끝난 철야가 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 모습을 오늘 설교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끝까지 흔들림 없이.” 바울과 실라가 그랬듯이 저 또한 끝까지 흔들림 없이 가야 할 길이고, 사명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모든 전쟁의 끝은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블레셋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블레셋이 승리했습니다. 그때 블레셋은 이스라엘이 전투지까지 가지고 나왔던 하나님의 언약궤를 탈취해서 그들의 다곤(Dagon) 신전에 두었습니다. 다음 날 가보니 다곤의 목과 손목이 끊어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삼상 5장 6절은 “여호와의 손이 다곤을 쳤기 때문이었다.”라고 기록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언약궤를 더는 간직할 수 없었습니다. 언약궤가 머무는 곳마다 “여호와의 손”이 그들을 쳤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블레셋은 언약궤를 이스라엘로 돌려보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블레셋이 돌려보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이 되찾아 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당신의 거룩한 임재(언약궤)을 지켜내셨던 것입니다. 라오스 선교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선교 위에도 [여호와의 손]이 있을 것을 믿습니다.

    상상을 해보십시오. 바울과 실라가 그 날 밤에 빌립보 감옥에서 죽었다면 유럽 선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마게도냐(유럽) 선교를 열게 하셨던 분이 성령 하나님이셨기 때문입니다. 필리핀 선교, 미얀마 선교, 라오스 선교를 명하신 분이 성령 하나님이십니다. 성령님이 명하신 일이기에 빌립보 감옥은 유럽 선교의 무덤이 아니라, 유럽 선교의 위대한 출발이 되었습니다. 빌립보 감옥에서 나와서 바울이 크게 외쳤습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바울과 실라를 지하에서 끌어내셨듯이 불교와 공산주의 때문에 지하에 숨어있는 라오스 크리스천들도 끌어내어 비엔티안 거리에서, 메콩강 강가에서, 높은 산 위에서 마음껏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라고 크게 외치게 할 것입니다. 여호와의 손이 반드시 그 승리의 날을 라오스 크리스천들에게 주실 것을 굳게 믿습니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의미 없이 돌고 돌아 흘러가는 구름이 아닙니다. 하루하루 우리에게 주어지는 일들과 환경들은 우리가 선택한 일들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걸어가야 하는 길을 하나님께서 정하시고, 여호와의 손이 우리의 하루하루를 이끌고 가실 것입니다. 힘이 됩니다. 신이 납니다. 그러므로 설령 고난과 환난이 우리를 기다린다고 할지라도 끝까지 흔들림 없이 하루하루 하나님께서 정해 주신 그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 길 끝에는 반드시 승리가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의 길을 기뻐하시나니

그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그의 손으로 붙드심이로다.

(시편 37:23-24)